부모님이 오랜 기간 동안 가입해 온 보험을 하나씩 살펴보며 해지와 유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보험은 부모님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라기보다, 지인의 권유나 설계사의 설명을 통해 그때그때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험은 계속 늘어났지만, 정작 어떤 보험이 어떤 보장을 해주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글은 실손보험과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부모님 보험을 실제로 정비한 경험을 바탕으로, 왜 정리가 필요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그리고 정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정리한 후기다.
부모님 보험을 점검하게 된 계기
부모님 보험을 점검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보험료였다. 은퇴를 앞두고 생활비를 점검하던 중, 보험료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부모님은 어떤 보험에 얼마를 내고 있는지, 그 보험이 어떤 보장을 제공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셨다. 보험 증권을 하나씩 꺼내어 살펴보니, 가입 시점도 제각각이고 보장 목적이 겹치는 상품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오래전에 가입한 보험일수록 약관이 복잡하고, 현재 의료 환경이나 가족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오래 유지했으니 해지하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점검 자체를 부담스러워하셨다. 그래서 처음부터 해지를 전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모든 보험을 한자리에 모아 목적별로 정리하고 이해하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실손보험과 종신보험이 핵심적인 정비 대상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실손보험 정비 과정과 판단 기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실손보험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서로 다른 시기에 가입한 실손보험을 두 개 이상 유지하고 계셨다. 과거에는 실손보험 구조가 지금과 달라 중복 가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보장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실손보험은 실제 발생한 의료비 내에서만 보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개를 유지하더라도 보장은 중복되지 않는다.
각 실손보험의 가입 연도, 자기 부담금 비율, 갱신 주기, 보험료 인상 폭을 하나씩 비교했다. 오래된 실손보험은 자기 부담금이 낮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갱신 시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보장 범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비교적 최근에 가입한 실손보험은 자기 부담금이 존재하지만 보장 구조가 명확하고,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결국 보험료 대비 효율이 낮은 실손보험은 해지하고, 하나의 실손보험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본 기준은 ‘보장을 줄이지 않으면서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가’였다. 단순히 오래된 보험이라는 이유로 유지하거나, 아깝다는 감정 때문에 끌고 가는 선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숫자와 구조를 함께 설명하니 부모님도 점차 이해하고 납득하셨다.
종신보험을 유지할지 해지할지 고민한 이유
종신보험은 정비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보험이었다. 부모님 세대에게 종신보험은 대표적인 필수 보험으로 인식되어 있었고, 해지는 곧 손해라는 생각이 강했다. 실제로 보험 증권을 살펴보니, 사망 보장 금액은 크지만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 역시 상당했다.
이미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황에서, 높은 사망 보장이 지금도 필요한지부터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또한 일부 종신보험에는 연금 전환 기능이 있었지만, 전환 시점과 예상 수령 금액을 계산해 보니 기대했던 노후 대비 수단으로써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금액을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모든 종신보험을 무조건 해지하지는 않았다. 납입이 거의 끝나가고, 해지 시 손실이 큰 상품은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목적이 불분명하고 보험료 부담이 큰 상품은 해지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는 해지환급금, 납입 기간, 앞으로 부담해야 할 총보험료를 모두 비교했다. 감정이 아니라 목적과 숫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보험 정비 후 달라진 점과 느낀 점
보험을 정비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줄었다는 점이었다. 고정 지출이 줄어들자 부모님도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덜해졌다고 말씀하셨다. 무엇보다 어떤 보험을 왜 유지하고 있는지 명확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이전에는 ‘그냥 오래 냈으니까’ 유지하던 보험들이었다면, 이제는 목적이 분명한 보험만 남게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보험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모님 세대의 보험은 가입 당시와 지금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주기적인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손보험과 종신보험처럼 보험료 비중이 큰 상품부터 차분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재무 구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부모님 보험 정비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작업이 아니라, 가족의 재무 상황을 함께 이해하고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해지를 두려워하기보다 보험의 목적과 구조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많은 보험이 지금의 삶과는 맞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