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식단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건강식"이라는 말로 퉁친다.
단백질 많고, 염분 적고, 식이섬유 풍부한 음식들.
그렇지만 전국 어딜 가든, 오래 사신 어르신들 밥상에는
그 지역의 공기와 땅이 배어 있다.
이 글에서는 제주, 전라도, 경상도의 장수 어르신들이 즐겨 드시는
대표적인 지역 장수 음식들을 살펴보려 한다.
레시피보단 기억에, 성분보단 온기에 가까운 이야기.
다시 말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담긴 음식 이야기다.
■ 제주 – 바람과 바다에서 태어난 밥상
제주 어르신들은 육지보다 오래 사는 분들이 많다.
여든을 넘겨도 텃밭에 일 가시고, 직접 회 무쳐 드시는 분들이 허다하다.
이 섬의 장수 비결은 바람과 소금, 그리고 신선한 생선에 있다.
옥돔구이, 톳나물무침, 자리물회가 대표 음식이다.
옥돔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기름기가 적다.
말려두었다가 구워 먹는 방식은 손쉽고 소화에도 부담이 없다.
진짜 장수 비결은 ‘톳’에 있다.
요오드, 칼슘, 철분이 풍부하며, 톳나물무침은 바다의 맛 그 자체다.
자리물회는 여름철 입맛을 깨우는 음식이다.
무, 양파, 깨, 초고추장과 작은 생선이 어우러진다.
■ 전라도 – 풍요로움 속에서 고운 맛을 찾다
전라도 하면 보통 '맛의 고장'이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장수 어르신들의 식단은 꼭 진하고 기름진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알맞게 익히고, 알맞게 간한 '정도(正道)'의 식사가 중심이다.
청국장, 연근조림, 갓김치가 대표적이다.
청국장은 장 건강에 좋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
아침 식사로 즐겨 먹으며 발효의 깊이를 맛본다.
연근조림은 혈관 건강에 좋고, 끈적한 점액질이 피를 맑게 해준다.
갓김치는 해독 작용이 뛰어나며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이 살아난다.
■ 경상도 – 짜게 먹지만 오래 사는 이유
경상도 어르신들은 대체로 강인하다.
자극적인 걸 드셔도 끄떡없다.
묵은지지짐, 시래기된장국, 멸치볶음이 대표 장수 음식이다.
묵은지지짐은 산미가 사라지고 감칠맛이 살아나며 유산균이 풍부하다.
시래기된장국은 뼈 건강과 변비 예방에 좋고, 철분과 식이섬유가 많다.
멸치볶음은 칼슘 보충에 좋고, 땅콩을 넣으면 불포화지방산 섭취도 도와준다.
경상도의 식사는 짜고 세지만 결국엔 밥과 함께 조화롭게 먹는 구조다.
■ 맛이 아니라 삶이 담긴 음식
세 지역의 장수 식단을 보면 맛의 차이보다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 제주는 소박함과 자연성
- 전라도는 정성의 누적
- 경상도는 강인함과 간결함
장수의 비결은 음식 자체보다
그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 다음은 '같이 먹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이제 우리는 시니어의 식단을
‘영양’과 ‘지방’과 ‘발효’의 언어로 분석하지만,
어쩌면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음식을 누구와 나눠 먹고 있었나요?"
음식은, 결국 혼자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식사는 그걸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